분류없음어바웃미 2팀 놀러간 후기/쓰다보면 3팀 강혜빈

강혜빈
2019.05.22 01:47
23

어바웃미가 어떤 팀인지 잘 몰랐는데 금요일 스케줄이 갑자기 비게 되어 부랴부랴 놀러가기 미션 마지막 날에 미션을 채워넣었다.

‘남이 아는 나와 내가 아는 나’ 라는, 다소 진부한 주제라 나도 진부하기 짝이 없는 글을 대충 후루룩 써서 제출했다. 글 쓰기 팀인지 말하기 팀인지 헷갈렸는데 이제와 생각 해 보니 말하기 팀인 게 분명한 것이 사람들 모두 글로 써 온 내용보다 훨씬 더 주요하고 많은 내용을 말로 나눴다. 쓰기팀 출신인 나는 뭘 해도 정성껏 쓰려고 하는 습성이 있는데 정작 쓴 내용은 제대로 말 못하고 속사포 같이 이어지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더 길게 한 것 같다.

어바웃미는 나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팀이라고만 들었는데,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팀원들 모두 자기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해 본 것 같았고 어떤 분은 주제에 대해 지인들에게 물어본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나는 살면서 나에대한 크고작은 고찰을 수시로 하는 인간이라 이런 생각 자체는 낯설지 않았지만 장장 세 시간에 걸쳐서 나와 남들의 성향에 대해서만 이야기 해 본 경험은 꽤나 새로웠다. 게다가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은 더욱 흔치 않은 일. 다시 보기 힘든 사람들이라는 전제가 좀 더 도움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써 간 글을 다 읽었을 때 잠깐의 적막 이후 처음으로 나온 코멘트가 '너무 단단한 사람 같아요.' 라는 점도 이날의 모임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다. 


사실 어릴 때는 이 정도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이 들면서 나와 남의 경계가 너무나 분명해 진 나는 본의 아니게 가까운 사람에게 서운함을 줄 때가 있다. 이제는 고칠 수 없는 성향이라 생각하니까 본의 아니게라는 말은 빼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백퍼센트 장점도 단점도 아닌 특성이긴 한데, 여기에 대해 부럽다, 멋지다 라는 피드백을 받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나와 삶의 접점이 없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주는 장점이겠지만. 

나와의 정 반대의 사람, 이를테면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에너지를 받고 홀로 있을 때 소진하는 타입이라든가... 나보다 타인을 배려하고 신경쓰는게 습관이자 삶인 사람이라든가... 이런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고민들을 듣는 것도 좋았다. 왜냐하면 너무 친한 사람들과는 더 이상 나누지 않는 주제이기도 하니까. 

자기의 이야기를 대화주제로 삼는 팀이어서 그런지 유독 팀 분위기가 좋았다. 내가 처음 들어간 순간부터 이미 한바탕 먹자파티를 벌이면서 수다를 떨고 계셨는데, 오래 전 부터 알고지낸 사람들 같았다. 모든 팀이 똑같은 주차인 상태에서도 유독 더 친하고 더 살가운 팀이 있다는 건 인간의 성향과 역동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이번시즌 어바웃미 주말팀으로 활동 중인 ㅅㄱ님도 자신의 팀을 미친텐션이라고 칭하던데, 어바웃미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유독 좀 그런 성향이기도 한걸까. 

이 날 나와 같이 다른 팀에서 놀러오기를 하신 ㅅㅇ님이란 분이 계셨는데, 크클의 오랜멤버이자 인기 더모임 주최자이자 스타 메이트로 이미 유명하신 분이라고 했다. 처음엔 뭐가 그정도이려고 했는데, 말 한마디 한 마디마다 명언 제조기에, 너무나 박학다식 하셔서 모임 끝날 때 쯤엔 내가 완전히 반해버렸다. 알고보니 너무나 놀랍게도 10년 이상 춤을 추신 스윙댄서이기도 하셨다는 거. 내외향성이나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 MBTI 타입까지 나와 너무 비슷해서 신기했는데 댄서라는 말 듣고 정말 소름 돋았다. 정말 세상 좁고, 재미있는 사람들은 스윙과 크클에 참 많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신하면서, 집에 돌아왔다. 금요일은 밤새 뒷풀이가 열린다고 들었지만, 나는 국민 프로듀서니까 종종걸음으로 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