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천체를 관측하다 진리에 도달한 날-더모임 갈릴레오 프로젝트 후기/나를쓰다5팀 강혜빈

강혜빈
2019.08.09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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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부터 인생에 딱 두 곳 탐험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먼 우주와 깊은 바닷 속이었다. 인간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곳이기에 늘 꿈꾸게 되고, 그 꿈들이 숱한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곳. 몸이라도 담글 수 있는 물과는 달리 늘 멀리서 볼 수 밖에 없는 우주는 그래서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동경하던 우주를 1도 정도 다르게 보기 시작했던 때가 해외 어느 외딴섬에서 캠핑을 하면서 밤하늘을 봤을 때였다. 위는 물론이고 앞뒤옆으로 별이 너무 많아 반구형의 뚜껑같은 밤하늘은 별무늬로 가득찼다. 우주라는 건 머리위에 한 층으로 얹혀진 면이 아니라 우리 사는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그 모든 세계고, 이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눈으로 또렷이 확인했던 그 날 밤은 낭만적이라는 말 보다 오히려 충격적이고 사실적이란 말이 더 잘어울렸다. 별자리 신화도 좋아하고 별자리점도 좋아했었지만 만들어낸 이야기보다는 과학자들이 밝혀낸 사실들을 공부하고 배워가는 것이 나를 더욱 두근거리게 했던 것은 이 무렵부터였던 것 같다. 
 
그렇다. 언제가 됐든 우주에 갈 작정인, 낭만 반 궁금증 반으로 밤하늘을 좋아하는, 그러나 과학은 쥐뿔 모르는 문과생인 나같은 사람을 위한 모임이 바로 갈릴레오 프로젝트라는 후기를 작성하기 위해 저 장황한 서문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첫 만남, 어색한 사람들과 어색한 공간에서, 어색한 시간 속에 어색한 눈인사를 보내며 어색한 자기소개를 했지만 별과 우주, 그리고 관측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을 지극히 문과적 감성으로 듣는 동안 동질감이 느껴졌다. 
 
“아... 다들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구나.(안도)” 
 
별과 행성과 위성의 차이도 잘 모르지만 달도 보고 내가 (이름만) 잘 아는 목성이랑 토성도 본다니! 그것도 라면과 와인을 먹으며 별을 보는 모임이라니 너무 낭만적이잖아-! 하는 모두의 설렘은 습식사우나 같은 30도의 여름밤에 훅 가라앉은 것 같아보였다. 
 
그러나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뜨거운 라면을 먹고, 두껍게 하늘을 덮은 구름 사이로 달이 보일 때 마다 잽싸게 관측하기를 무슨 작전 수행하듯 한마음 한 뜻으로 하면서, 마지막에는 다들 흥이 났다. 
 
나도 예외는 아니라서, 구름 때문에 달만 잘 봐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넷에서만 봤던 목성도 원없이 보고, 마지막에는 그 보기 힘들다던 토성까지 또렷하게 나타나자 말로 다할 수 없는 내적 함성이 입밖으로 터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와... 토성에 정말 고리가 있네!!” 
 
너무 신기하니까 현실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열심히 망원경을 옮겨가며 이것저것 관측하던 사이에도 별들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지런히 움직였다는 걸 알아차리자 이 모든 우주가 어떤 성실하고 정확한 계획 속에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지 못하는 것은 늘 미지의 세계고  모르는 것은 어떤 법칙이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사실은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는 그 어떤 법칙보다도 더욱 정교한 우주의 법칙이란 게 있겠지.
 
여름철 대삼각형을 이루는 베가, 데네브, 알타이르를 보여주시며 겨울철 별자리는 지금 우리 밟는 땅을 뚫고 들어가 지구 반대편으로 나가면 그 쪽 하늘에 있을거라는 설명이 하나도 웃기지 않고 인상깊었다. 지구가 쉬지않고 돌아간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 아닌가. 그 멋진 일이 인간으로 하여금 ‘오리온이 전갈을 잡기 위해 쫓아다닌다’ 같은 귀여운 별자리 신화를 만들어내게도 하는 것이니 결국 인간이 만든 이야기와 문화도 자연이 그 소재이자 동력이 된다.
 
구름이 가득한 서울 망원동에서는 은하수 보기가 어렵겠지만 불빛없는 서울 근교만 가도 어디쯤 은하수가 지나갈거라고 짚어주신 하늘에는 내 상상 속 은하수가 보였다. 은하수 끄트머리에 있는 우리 태양계 속 지구 속 나란 존재는 저 반대편 끝 누군가의 눈에는 아름다운 은하수의 일부로 보이겠지. 옆에 있던 누군가가 이 말을 듣고 로맨틱하다고 했지만 나는 그보다 우리의 존재가 너무나 작고 하찮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 모두는 하나의 점에서 시작된 것, 우주를 이루는 원소와 똑같은 원소로 만들어진 우리들 모두는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의 말처럼 별의 자녀들이다. 하지만 그말은 결국 우리 자체가 커다란 우주라는 말과도 같다. 
 
그렇구나, 그래서 우주여행이 꿈인 나는 부지런히 사람을 여행하나보다. 천체를 관측하다가 진리에 도달한 날.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만날 수 있다면 한여름밤 테라스에서 열리는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꼭 초대 하고 싶다. 
 
 
 
거실지기
2019-08-09 10:20:41
와.... 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