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낯선생각8팀에서 성역할을 논했습니다 - 망원점 작은철학 34팀 채윤주

채윤주
2019.09.03 10:35
54

후기를 꼭 쓰고 싶은 모임에 참여해 이렇게 후기를 남깁니다.  크클 수칙에 이렇게 딱 들어맞으면서도 유쾌한 팀이라니.  5번째에 와서야 이 모임에 놀러왔다는 게 천추의 한일 뿐이었습니다.


낯선생각 8팀의 주제는 '성역할'이었습니다.  사실 참석 전에는 분위기가 격해지거나 이야기나 겉돌거나, 아니면 둘 다 해당되거나를 걱정했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 인상적인 몇 가지 의견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미러링'의 순기능
차별은 성별, 계급, 인종 등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발생하고 방식이 동일합니다.  계급차별에서 '꼰대', '갑질'이라는 미러링 덕분에 중년 기득권층이 자기검열을 하고, 이로 인해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더 나은 사회에서 이득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제가 꼰대, 갑질에 대한 비난은 안하면서 성차별 미러링에 대한 불편함을 가진다는 걸 깨달았고, '여성은 예쁜 말을 해야 한다'는 성역할에 갇혀있던 것이 아닌지하는 자기성찰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저는 미러링으로 인해 더 격화되는 언쟁과 워딩들이 불편하지만, 미러링의 순기능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되었던 순간이었어요.

 

2. '잠재적 범죄자'에 대한 이해
남자 팀원분 중에서 ''잠재적 범죄자'라는 워딩을 들었을 때 거부감을 느껴왔는데 오늘 그 생각의 프로세스를 듣고 나니 이해가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워딩이 출현한 배경을 이해하면 충분히 공감해줄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잠재적 범죄자'라는 워딩은 스스로를 포함해 주변 여성들이 쌓아온 경험과, 여성들이 체득해온 자기검열로 인해 부정할 수 없는 두려움이 있고, 이로 인해 나온 표현이었습니다.  워딩의 강력함을 걷어내고 나면 충분히 대화의 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습니다.

 

3.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
'탄생과 동시에 나의 일부가 된 것들에 대해 이유 없는, 극복할 수 없는 차등대우를 받고 싶지 않을 뿐이다.'
- 남성과 남성이 아닌 자들에, 백인과 백인이 아닌 자들에, 금수저와 금수저가 아닌 자들에 해당되는, 한칼같은 문구였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들은 인간으로서 동등하게 대우받고자 하는 투쟁이라는 것을 잘 담은 표현이었습니다.

 

낯선생각 팀이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과열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들이기에 이해는 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런 팀이라면 충분히 건전한 토론이 가능할 것을 느꼈고 이런 팀들이 더 생겨 제가 또 놀러가 타인의 낯선생각을 여행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쓰고 나니... 너무 이 팀을 극찬한 게 아닌가 걱정이 되네요... 저는 이분들한테 아무것도 받지 않았습니다...!)

 

P.S.  6번째 모임에 초대해주셨을 때 이 분위기 팀의 크클살롱이 얼마나 멋질 지 알기에 정말로 가고 싶었는데, 남의 잔칫날에 이방인이 끼어 분위기를 해칠까봐 마음으로만 "정말 가고싶어요!!!!!"를 외쳤어요.  혹여 초대하시는 말씀에 떨떠름하게 반응하여 상처를 받으셨다면 저의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함이었단 걸 이해해주시고,  그럼에도 다시 초대해주신다면 이번엔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 (질척질척)